책제목: 가르침 (The Promise of Paradox - A Celebration of Contradictions in the Christian Life)
저자: 파커 파머 (Parker J. Palmer)
성향: 진보적
평점: 4/5
가르침 - 파커 J. 파머 지음, 김명희 옮김/아바서원 |
기독교와 비기독교를 연결짓는 '다리'의 역할자
왕성한 집필 활동과 강연회 등을 통해 “교사들의 교사”, “미국 고등교육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는 파커 파머(Parker Palmer, 1939~)의 작품이다. 파머는 1998년 미국 교육자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리더십 프로젝트’에서 “미국 고등교육에 가장 영향력 있는 30명의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고, 지난 10년간 가장 중요한 ‘의제 설정자’(agenda-setters) 10명 중 한 사람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퀘이커 공동체인‘펜들힐’에서 11년 간 (예배와 연구와 노동으로 이루어진 일과를 공유하는) 공동 생활한 바 있으며, 머튼을 비롯한 영성가들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그는 이 두 경험을 특별하게 이 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경험으로 서문에 기재해둔다.)
파커 파머가 기독교계에서 중요한 이유는 그가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을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가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신자와 비신자 사이의 <벽>이 아닌 <다리>가 되어줄 어휘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했음을 고백한다. (15) 그리고 그는 자신이 오늘날 감사하게도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 모두에게서 상당한 정도의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세속 세계에서 경건한 그리스도인들이 창문도 없고 생명도 없는 곰팡이 냄새 나는 방으로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을 때 사라져 버린 진리, 선,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찾아냈다." (26) 파커는 근본적으로 자신이 전통적인 그리스도인임을 천명하는 동시에 '신학적인 오만,' '다름을 배제,' '빛의 독점화'를 상당히 강한 어조로 비판한다. 파커의 전체 생각을 지배하는 것은 이제 아래에서 설명할 '역설'이라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파커를 이해하는 핵심: 토마스 머튼과 요나의 '역설'
- 소명으로부터 도망한 것이 그 소명에 응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되다
이 책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지난 세기 가톨릭의 저명한 영성가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의 사상이다. 파커는 이 책에서 토마스 머튼의 생각을 최소한으로도 개괄해주지 않는다. 다만 다음과 같이 머튼의 요나의 운명에 관한 말을 인용하며 이 책의 길고 긴 여정을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딜 뿐이다. "요나처럼 나도 역설의 뱃속에서 내 운명을 향한 여행을 하고 있다."(43) 요나의 이야기에는 그 밑면에 하나의 '역설'이 숨겨져 있다. 소명을 향한 부르심에서 떠나 도망한 것이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역설'은 파커의 전체 사상을 논의하는 데 핵심이 될 수 있다. 그는 이점에서 보수 기독교 진영과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파커 식의 '역설'이 의미하는 것은 진리에 대한 '개방성'이며, 이 폭넓은 파커의 '개방성'은 진리에 이르는 다양한 방법론을 가능케 한다.
아마 기독교 보수 진영은 이점에서 파커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이미 언급했다시피 파커는 보수 기독교 진영이 일반에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상당 부분 오만과 독선으로 점철된) 입장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 그러나 그는 많은 방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 그의 표현대로라면 '심각한 우울증과 함께 어둠의 세계로 세 번 넘어갔다가 살아 돌아온' - 여전히 기독교인이다. 그는 중립적인 언어를 선호하고 그러한 언어를 열심히 찾아나감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인 진리 즉, 성육신, 은혜, 성찬, 용서, 축복, 죽음, 부활이라는 빛이라는 기독교적 은유로 이 책의 곳곳을 채워나간다. 파커가 말하는 이 역설들은 저 위 천국의 것들이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 손 안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파커의 입을 빌려 머튼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군들 삶을 살기 전에 먼저 삶을 사랑야 합니다!"(34)
파커는 자신이 이 말을 아주 소중히 여긴다고 말한다. 그는 현실에 뿌리 박은 영성이 필요함을 말한다. 엉망진창인 상황들, 예측할 수 없는 도전들, 놀라운 자원들, 창의적인 역학들이 있는 이 땅의 현실에서 영적인 삶이 찾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계를 '역설' 없는 일차원적 세계로 가정할 수 없다. 이는 궁극적으로 '방부 처리하여 화장한 시체'와 다름없다. "옳은 말의 반대는 틀린 말이다. 그러나 심원한 진리의 반대는 또 다른 심원한 진리일 수 있다."(닐스 보어) 파커의 이 책에 우리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은 이러한 - 흔히 잘못 이해되어 자유와 방종의 원천으로 사용되는 - '역설'에 매우 적절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보이는 것이 다 역설은 아니므로 분별이 필요"(37)하다고 명시한다. 그가 말하는 이 책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진정한 역설은 오히려 다음과 같다.
"진정한 역설을 포용하는 능력은 복잡한 사고를 하는 지적 역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복잡한 경험을 붙잡는 인생 역량이다"(37).
겸손하게 이 "삶의 역설"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생각들 - 고독, 공동체, 사회적인 행동, 정치적인 책임, 기도, 관상 등 - 을 하나로 엮어주는 기본적인 통찰이다. 파머에 대한 비판들은 대부분 파커의 뿌리와 줄기와 열매를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파머는 자신을 "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 채로 머물러 있으려는 것이 나의 정체성의 일부이며 나의 타고난 은사 중 하나라는 믿음에 이르게 되었다"(41)며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한다. 그의 명성이 이 책의 가치를 가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는 성공한 학자로서, 대학 강단의 강사로서, 공동체 조직가로서, 저명한 작가로서의 업적에 기반해서 이 책을 쓰지 않았다. 이 책은 오히려 사회적, 교육적, 종교적 발전에 대한 대담한 제안과 고뇌에 찬 비평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가 그의 명성을 잠시 내려놓고 그가 우리와 똑같이 이 땅의 문제와 고뇌하고 씨름하는 한 인간임을 인정할 때 이 책은 우리에게 큰 기쁨과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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