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독교, 책을 말하다/복음주의

순례하는 교회, 브로우드벤트

책제목: 순례하는 교회 (THE PILGRIM CHURCH) 

저자: 브로우드벤트 (E. H. Broadbent) 

성향: 근본주의적 

평점: 4/5













순례하는 교회 - 10점
E. H. 브로우드랜트 지음, 전도출판사편집부 옮김/전도출판사













복음주의의 유명한 석학 F.F. 브루스(F.F. Bruce, 1910-1990)가 추천사를 쓴 브로우드벤트(E. H. Broadbent, 1861–1945)의 순례하는 교회다. 국내에서 1990년 12월에 초판을 찍은 이 책은 2005년 6월까지 무려 10쇄라는 전문신학서로서는 놀라운 판매 기록을 보였다. 이러한 놀라운 판매 기록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다소 극단적인 성격 때문에 그러하다. 극단적인 책이 잘 팔린다니 한국 신학계가 다소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책은 보수나 진보로 분류할 수 없는 '성경에 근거한' 비주류파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고, 그 일련의 흐름을 '순례하는 교회'라 명명하고 있기에 - 엄밀한 의미에서 신학적 좌성향과 우성향 모두 근본주의적 경향을 보이는 - 한국교회가 이를 환영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이 '순례하는 교회'의 신학적 전통에 대해 이 책은 그 어떤 다른 책보다 탄탄한 논거를 제시한다. 


최근 그 맹렬한 신학적인 기세가 다소 꺽인 합동 측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재세례파에 대한 연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성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브로우드벤트의 이 책은 가치가 더욱 빛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이 책의 저자인 브로우드벤트는 참된 교회(true church)와 가짜 교회(professing church)를 날카롭게 구분하며, 교회사의 비주류를 광범위하게 조사해나간다. 그러므로 브루스가 지적하듯 이 책이 정통의 범위에 있어서 다소 의심받을 단체들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브로우드벤트는 비주류 교회가 그 본성상 다소 공격성을 띌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며, 이들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가 그들의 반대자들, 즉 이들의 신조와 활동상을 극히 부정적인 관점을 왜곡시키기를 즐겨하던 사람들로부터 나왔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한다. 그러므로 저자에 있어서 이 책의 주인공은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간 형제들'(Seperated berthren)이다. 


"지금은 우리의 무지와 오해의 안개 속을 더듬어 가며, 이 세상 속에서 자신의 주님을 증거하면서 어둠의 세력과 일대 전투를 벌였던 교회, 그의 가신 길을 뒤따르며 수난 속을 걸어갔던 그 교회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 교회에 속했던 형제들은 일체 세속적인 제도와 조직의 틀에 매인 바 없이 언제나 천성을 향해 가던 순례자들이었다."(14) 


이 책의 현대사적인 의의는 교회사가 상당히 다른 각도로, 또 완전히 다른 교파들에 의해 철저하게 합리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기독교 세계의 가장 큰 세 개의 교파이자 유구한 전통을 보이는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의 역사 서술은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정교하고 날카롭다. 그러나 이토록 탁월한 전통에도 약점이 없는 것이 아니며, 거기에는 이 책과 같은 책들이 나올 수 있는 틈이 있다. 역사는 언제나 신비 속에 가리워져 있고, 상당 부분 "승자의 역사"라는 점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국 역사를 포함한 문화, 사회, 정치역학, 종교 등의 모든 인간적인 것은 이 세상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앞에 무너질 따름이며, 그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언제나 성령이다. 과거나 현재에나 미래에나 언제나 성령이 죽은 교회는 죽은 교회일 것이며, 성령이 살아 있는 교회는 산 교회일 것이다.